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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처님 주인

2024-03-28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 문을 여니, 몇 사람이 문앞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딱히 설명불가이나, 이곳 한인들은 그들만의, 생경한 차림과 자세가 분명히 있다. 용건을 물으니 올구에 대해 할말이 있어 왔다고 한다. 거실에 들이고 차를 준다. 그들은 자신들을 포함해 다른 신도들이 이 절에 오고싶어도 올구 때문에 못오고 있다고 한다. 사연인 즉슨, 첫번째 스님이 절을 닫고 가신 이후에, 절이 없어져 갈곳 없던 신도들은 어느날 다른 스님이 오신 고로, 합심하여 새로 절 문을 열기로 한다, 여는 과정 어디쯤에서 신도들은 올구를 제외시킨다, 이유는 올구가 주인행세? 를 해서 모두 싫어해서다, 그런데 오프닝 전날 한밤중에 올구가 절집에 트럭을 몰고 가서 부처님과 세간살이를 싹 다 훔쳐간다, 결국 절은 열리지 못한다. '그 부처님으로 여기 절을 연 거예요, 자기 꺼냐구요. 우린 올구 있는 곳엔 안 와요, 스님도 이 절이 되게 하려면 올구부터 어떻게 하셔야 해요.' ??? '나는 남이 하는 말 안 들어요. 각자 지 세상에서 말하기 때문에, 전하는 말들은 다 진실이 아녀요. 일단 올구 말도 들어볼께요. 암튼 여러분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아요. 절엔 누구 때매 오고 안오고 하는데가 아녀요. 부처님 뵈러 오는 거지.' 그들을 서둘러 보내고 나는 외출 준비를 한다. 차를 가지러 가는 날이다. 한국에서 와서부터 현재까지 차가 없어서 발이 묶였다. 우버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다. 걸망 하나 메고 왔는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서, 생필품 없이 살고 있다. 가면 차부터 구하라던 전 스님의 말 뜻을 비로소 알아챈다. 우편함에서 나온 로컬 중고차 광고지를 보고, 올구에게 라이더 해주라 한 날이 오늘이다. 하루를 살더라도 차는 필요하다. 차 주인이 사는 로즈빌로 가는 도중, 올구에게 묻는다. '이 절 이전에 어떤 스님이 절을 오픈하려 했는데, 오프닝 전날 여럿이 가서 부처님을 훔쳐 왔어요?' 올구는 화들짝 놀란다.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부처님이 원래 내꺼예요.' ???  '1번 스님이 가실 때 저한테 다 맡기신 거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나한테 같이 하자고 해놓고, 중간에 나를 뺐어요. 글고, 나한테만 오프닝 날을 숨겼어요. 밤에 곰곰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거예요. 1번 스님이 부처님을 나한테 맡긴거잖아요, 내가 주인이잖아요, 그리고 스님이 거기 있는데 어떻게 훔쳐요! 말씀 드리고 가져왔어요.' 여럿이 같이 간 건 혼자 부처님을 들 수 없어서 라고 한다. '오프닝 전날에, 밤에요?' ' '...그땐 화가 나서 그랬어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무리 스님이 주셨다 해도, 잘못한 거같아, 전 스님이랑 이 절 오픈할 땐 집집이 찾아다니며 사과도 했어요. 절에 와달라구요.' 올구는 열을 내며 할말이 많은 듯하다. '...어쨌거나 앞으로 얼마가 됐든 우리 같이 지내야 하니, 서로에게 솔직해야 해요. 난 이제 싫든 좋든 보살님 편에 서야 해요. 내가 현재 여기 살고 있잖아요. 내가 사실을 알아야 같이 싸우든 편들든 할 수 있어요. 애니웨이, 난 성질이 못돼먹어서 두루뭉실 없어요. 겪어보면 알겠지만, 미리 말해요.' '알아요. 스님을 처음 본 순간 이 스님은 힘이 세구나, 라고 느꼈어요. 되게 강하세요.' ??? 문득, 올구에 대해 말한, 전 스님의 말이 전부 떠오른다. 미국 올 때 나는 전 스님 말을 새겨 듣지 않았다. 절이야 다 같지, 크게 신경쓸 일이 있겠나 했다. 그리고 살겠다고 완전히 결정하고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님은 그때 나에게 반드시 알아야만 할 중요한 얘길 많이 하셨다. 그걸 나중에 알게 된다. 미국에 살아보기로 결정하고, 후일에 자비를 들여 새 절집을 마련해 이전한 것도, 보살이 렌트하고 스님을 모신 이런 절이 아니고, 스님이 절을 연 당자여야 한다고 결심한 이유 첫번째도, 결국은 올구 때문이었다. 로즈빌로 가는 길은 오랜 서부영화 속같은 풍경이다. 이곳은 저 유명한 꿈의 캘리포니아 인데, 이런 거친 시골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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