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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을 찾는 여인

2024-01-25

           2007년 8월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기대했던 것보다 어둡고 허름하다. 미국에 대한 학습된 사대로 인해 저평가된 까닭일 것이다. 공항에 마중 나온 두 명은 70년대 김추자 친구 같이 생긴 이와 80년대 올리비아 뉴튼존 친구 엄마 같이 생긴 이다. 나중 알게된 사실은 여기 온 이들은 대부분 자기가 한국에서 출발했던 그 시대에 머물러있다. 절을 만들었다는, 곱게 머리를 묶은, 법복을 입은, 미리 저 혼자 짐작했던 화주 노보살님은 그들을 보는 순간 날아갔다. 노보살에 대한 선입견이 날아간 것처럼, 절에 대한 인상도 마찬가지다. 두 시간 여 이름 모를 거리를 달려, 어두울 무렵에 도착한 절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절이 아니다. 주택가의 작고 오래된 가정집이다. 차고 옆 좁은 뜰앞엔 백양나무 두 그루가 마른 모습으로 서 있고, 한 쪽엔 배롱나무 꽃잎이 어지러이 떨어져 있다. 법당은 집안 거실에 부처님을 모셔놓았다. 어차피 내가 살 절이 아니고, 잠시 절을 봐주러 온 자이므로, 아무것에도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리라 한다. 이렇게나마 이국에 한국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한다. 김추자 친구는 가고, 앞머리를 후카시한 올리비아 친구가 나를 앞세우고 여기저기 다니며, 여기에 밥솥이 있고, 청소기는 저기 있으며, 일요일엔 마지를 하시고...한다. 그 태도는 마치, 주인이 일꾼에게 뭔가 시키는 형상이다. 그리고 일요일에 오겠다 말하며 집을 나선다. 돌아서는 그이를 잡는다. '근데 보살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보살은 보살 일을 하세요.' 한다. 그이는 푸르스름한 아이라인 문신 속의 눈동자를 한쪽으로 돌리고, 뭐래는건가 하는 표정으로 섰더니, 애매한 방향에다 대고 머리를 숙이고 간다. 어느새 밤 열 두시다. 잠시 후 누군가 초인종을 울린다. 올리비아 엄마 친구가 뭘 잊었나 하며, 문을 여니 아이라인을 까맣게 문신 한, 키 큰 여자가 어둠 속에 서있다. 아주 오랜 옛날에나 봤던 눈문신을 벌써 두명에게서나 본다. 신도가 이 밤중에 ? '아, 새로 온다던 스님인가보네. 우리 남편 좀 찾아주세요,' 한다.  ?  '어디 우리 남편이 있을거예요. 아무리 기다려도 안와서...전화를 해봐도 안받아요. 여기 방 어딘가에서 술 취해 자고 있을거예요. 찾아보세요.' 술취한데다 자고... 있다니, 절에서 ? '내가 좀전에 여기 안내해준 이와 여기저기 다 봤어요. 아무도 없었어요.' '다시 한번 보세요. 뒤뜰도 보고, 혹시 그라지에 쓰러져 있나.' 명령조다. '저기요, 안 믿기면 들어와서 본인이 찾아요.' 하고 뒤로 물러선다. 그이는 버티고 서서 '난 절에는 절대 안 들어가요.' 한다. ??? 나는 진정 낯선 남자가 집 여기 어디서 자고 있다면 반드시 찾아야한다 싶어, 집안의 불이란 불은 다 켜고 적극적으로, 식탁 밑, 찬장까지 ! 샅샅이 살펴본다. 없다. '그럴리가 없는데...' 그이는 마치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양 나를 본다. 여자의 태도는 올리비아 엄마 친구에게서 풍기던 그 분위기와 어딘가 닮아있다. 그게 뭔진 모르겠으나 확실히 그렇다. 미국식, 인가 ? 여자는 '그럼 어디갔을까.' 한다. 내게 묻는 건 아니다. 뜻모를 말을 혼자 중얼거리며, 왔을 때도 자기가 누군가, 어떤 사연인가, 인사 않았듯이, 가겠다, 실례했다, 아무런 마무리도 없이 어둠 속으로 유령처럼 사라진다. 몰려오는 이상한 기분을 씻어보려 방에 돌아와 티비를 켜본다. 어딘가에서 총기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나온다. 티비속 처럼, 실제로도 싸이렌 소리가 집 밖 먼 곳 어디서도 들린다. 시차로 잠 한 숨 못 이루고, 미국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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